야잘하는 이유를 드디어 찾았어요

야잘하는 이유를 드디어 찾았어요

나즈카 12 214 1
낮에 놀이터에 앉아 <페스트> 끝부분을 읽고 있었어요.
심오한 글이라 곱씹으며 읽다보니 한 달여 이 책만 잡고 있음 ㅎ

페스트로 인해 고립되고 통제된 '오랑'이라는 도시에서
치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 채
단순히 페스트를 확진 밖에 할 수 없는 의사 리외

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남자
장 타루

책 후반부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 우리들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좋은 일을 해볼까요?
- 뭐든지 좋아요. 해봅시다.

리외와 장타루는 페스트 환자 보호소 스탭들만이 가질 수 있는
출입증으로 출입이 금지된 항구에 들어갑니다.
그리곤 방파제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말 없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지요. 두 사내가 말 없이 리듬을 맞춰 함께 바다 위를
부유하는 모습이 너무 환상적인 느낌이었어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저는 뜻밖에도 야잘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매일 야잘에 이렇게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딱히 삽입이 고픈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야잘을 한다해도 외롭긴 마찬가지인데
정부가 금지하는 야잘 속에 스스로 고립된 이유가 뭘까?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답이 <페스트> 속에 있었어요.

리외와 장 타루처럼 절망적이고 암담하고
많은 것이 금지된 시공에서
해수욕을 하는 짜릿한 우정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라는 성에 구애 받지 않는 진짜 우정.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상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동창'에 지나지 않았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잖아요.
아무도 곁에 없는 것 같은 고립감 속에 허덕일 바엔
인간이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성적 공간에서
진짜 친구를 찾고 우정을 쌓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이곳에 왜 머무는지 알게 되어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자~ 이제 함께 기념할만한 우정만 찾으면 되겠네요^^

해외에서 안전하게 접속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인터넷/VPN 이 안전한지 점검하세요.

(접속 IP : 34.204.175.38, 통신사 : Amazon.com, Inc., 접속국가: United States)

12 Comments
보통날 09.11 20:25  
공감되는 글이네요 사회생활 이직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지금옆에 있는사람이 내년에도 있을거란 보장도 없고
진짜 마음속 100프로 공유할수있는 친구는 사실 1명만 있어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콩콩옥 09.11 20:27  
공감합니다.
올해안에 찾아야될텐데용!
깨룩이 09.11 20:34  
카뮈 페스트 맞죠? 이방인 읽고 페스트도 읽어야지~ 하고 몇년째 잊고있었네요 ㅎㅎ 나즈카님 덕에 떠올랐어요
stormn 09.11 20:35  
좋은말씀감사합니다
군악 09.11 20:43  
나즈카님도 깨룩님도
지적이시네요
전 지적인 여자가 섹시하던데ㅠ
나즈카님도 여자였으면
남자라 패스
깨룩님 섹시해요
저때쯤 프랑스 작가들은 다들 역작 병이 있는지 글쓰는게 어쩜 다들.... 저는 진도 쭉쭉 나가는 책이 좋아요. 어릴적 책팔이 외판원에게 속아샀던 명작전집이나 3세대 한국문학 같은것과 너무 비교되잖아요 ㅋ
나즈카 [글쓴이] 09.11 22:14  
역시 술술 읽히는 걸로 따지자면 나즈카의 '다이어리' 시리즈가 최고?ㅎㅎㅎ 죄송함다.
다이어리 씨리즈 왜 자꾸 지우는거냐고요ㅋㅋ 글은 모아야 땔감이 되든 작품이 되든 하는거에요 ㅋ
나즈카 [글쓴이] 09.11 22:26  
ㅎㅎ 다이어리 뿐만 아니라 모든 글을 공평하게 지운답니다.

축하합니다! 랜덤 증정 포인트에 당첨되셨어요! 증정된 포인트는 2점 입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lmilkywayl 09.11 22:4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하고 숫가락 얹어 봅니다^^

축하합니다! 랜덤 증정 포인트에 당첨되셨어요! 증정된 포인트는 1점 입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난몰랄 09.11 23:19  
.우정을 나눌지인이 없어서일까..아님 우정을 나누지않고 살았나.. 우정이 그립네요...

제목
글읽기 YP 글쓰기 15 YP 덧글쓰기 YP 추천 YP